엽서/오늘의 시

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/ 정채봉

lee609 2025. 7. 17. 14:41

 

 

 

 

쫓기듯 살고 있는

한심한 나를 살피소서

 

늘 바쁜 걸음을

천천히 천천히 걷게 하시며

추녀 끝의 풍경소리를

알아듣게 하시고

 

꾹 다문 입술 위에

어린 날에 불렀던

동요를 얹어주시고

굳어있는 얼굴에는

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

 

책 한 구절이 좋아

한참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

차 한잔에도

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

 

돌틈에서 피어난

민들레꽃 한 송이에도

마음이 가시게 하시고

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

배움을 얻게 하소서

 

 

정채봉,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

 

오늘아침 3호선 지상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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